‘장미대선’ 결정적 장면 5

이변 없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장미대선’에도 크고 작은 변곡점은 있었다. 물론 ‘정권교체’ 바람을 막거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사실상 시작된 ‘쇼트트랙 대선 레이스’ 5개월을 결정적 다섯 장면을 중심으로 짚어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월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뒤로 하고 급히 차에 오르고 있다. 배우한 기자




#1. 반기문 귀국과 중도 하차



단기 대선 레이스에서 보수 표심이 가장 크게 출렁인 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하차’ 때다. 구 여권 일각에서는 일찍이 차기 대선을 ‘반기문 대선’이라고 예고할 정도로 핵심 변수였다. 올해 1월 12일 그의 귀국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정치권의 눈이 쏠리고, 귀국 직전까지 지지율도 치솟아 30%에 근접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귀국 후 반 전 총장은 ‘편의점 에비앙 생수 논란’, ‘지하철 승차권 발매 논란’, ‘방명록 커닝 논란’, ‘턱받이 논란’ 등 가는 곳마다 입길에 오르며 지지율도 함께 추락했다. 현실 정치의 높고 차가운 벽을 체감한 그가 택한 결정은 귀국 20일 만의 중도 하차였다.



#2.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불출마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포기 이후 보수 표심의 유랑도 함께 시작됐다. 보수층의 1차 우회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였다. 그는 출마 여부를 딱 부러지게 밝히지 않고 ‘소이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카메라 플래시를 받을 수 있는 곳만 잇따라 찾는 대선주자급 행보를 했다. 보수 표심 일부를 잠식한 그의 지지율은 20%에 육박했다. ‘황교안을 띄워 박근혜를 살려야 한다’는 보수층의 결집 논리와 ‘본분을 망각한 행보’라는 비판 여론이 맞섰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에도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던 황 권한대행이 마침내 3월 15일 불출마 뜻을 밝히면서 사실상 현재의 ‘5자 대선 구도’가 확정됐다.


#3. 더불어민주당 경선 이후 지지율 조정



황 권한대행마저 대선에 나서지 않으면서 보수 표심은 또다시 갈 곳을 찾아 분산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를 위협하는 주자로 떠오른 것도 이 즈음이다.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을 거친 보수표 일부를 안 지사가 흡수해서다. 안 지사는 경선에서 대연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찬성 등 잇단 ‘우클릭’으로 중도ㆍ보수 표심을 자극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역전 없이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 안 지사의 지지층까지 온전히 ‘통합’하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갈대 보수층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옮겨 가면서 문 후보를 위협하는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 시작에 앞서 바른정당 유승민(왼쪽부터)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 ‘갑철수’ 자충수와 홍준표 반등



안 후보가 ‘의원직 사퇴’라는 승부수까지 던지자 정치권의 관심은 ‘골든크로스’(2위 후보의 역전)로 모아졌다. 그렇게 상승세를 타는 듯 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꺾인 게 바로 TV토론 이후였다. 대본 없는 ‘스탠딩 토론’으로 이뤄진 지난달 23일 TV토론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를 상대로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 “MB 아바타냐”고 따져 물었다. ‘갑철수’나 ‘MB 아바타’ 논란을 몰랐던 시청자들에게까지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알린 꼴이 됐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갑철수’, ‘MB 아바타’가 실시간 검색어 수위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TV토론 이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TV토론을 보고 안 후보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가 이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 후보가 하락세를 타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추격하기 시작했다. 2, 3위간 지지율 순위가 뒤바뀌는 ‘실버크로스’란 신조어도 생겼다.









홍문표(가운데) 의 원등 바른정당 소속 의원 13명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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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화위복 된 바른정당 집단 탈당



다른 당 후보들과 달리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당내의 적’들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였다. 개혁보수의 깃발을 들고 옛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발목을 잡았다. 당내에선 유 후보의 자진사퇴론부터 안 후보, 홍 후보와의 ‘3자 단일화론’까지 터져 나왔다. 유 후보가 완주 의지를 꺾지 않자, 급기야 의원 14명이 심야에 홍 후보와 회동을 하며 사퇴 결의를 다지는 사태까지 갔다. 이 중 13명의 의원이 2일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으나 이내 민심의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이 사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바른정당의 온라인 입당 건수는 이 사태 이전의 100배, 후원금은 20배 늘었고 유 후보의 유세장에서는 ‘힘내라’는 시민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유 후보의 최종 득표율에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김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작성일 2017-10-11 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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